케이크 생존일지

소재주의 모럴리스 주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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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동혁은 정재현 올 시간 가까워지자 곧장 자신의 집을 떠나는 나를 붙잡지 못했다. 빈말로라도 가지 말라는 말 한마디를 못하는 게 제 입장이라는 걸 잘 알았다. 눈에서는 미련과 동시에 얼굴도 모르는 정재현에 대한 질투 뚝뚝 떨어지면서도 겨우 나한테 미움 하나 살까 봐 말이다. 대신 이동혁은 제 번호 저장된 내 핸드폰만 애처롭게 매만지면서 연락할게요, 누나 하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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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동혁은 내가 자신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지 그저 제게 뭐든지 시켜달라는 듯, 날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. 그저 자길 이대로 외면하지만 말아달라는 게 뻔히 보였다. 그리고... 나는 그런 이동혁을 보며 곰곰이 생각했다. 솔직히 정재현이나 이동혁. 애초에 둘 중 하나만 해도 이미 나한테는 너무 큰 거물이다. 예전의 나였다면 언감생심, 감히 꿈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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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어이 7층 내려서 이동혁네 집에 발을 들였다. 분명 집안 구조는 정재현 집하고 똑같은데 깔끔한 정재현 집하고는 사뭇 다르긴 달랐다. 좋게 풀어 말하면 딱 그 나이대 남학생 같은 집이랄까. 그래, 예를 들면 저기 찌그러진 채 나뒹구는 빈 술 캔 같은 거. 내 눈길이 어젯밤 제 흔적에 닿고 있는 거 눈치챘는지 이동혁이 후다닥 집에 들어서서 제 흔적들을 품에 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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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~4화 백업 0일 차 세상 사는 게 벅찼다. 더이상 이리 바득바득 살아봤자 내게 이득이 뭐가 있지? 싶기만 했다. 태어날 때부터 없던 부모, 어린 여자애 혼자 산다고 얕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굴러가며 겨우 살아온 삶을 놓기로 한 그 날은 슬프지 않았다. 아니, 차라리 그냥 후련했다. 홀가분하다는 게 이런건가 하고 새삼 깨달았다. 근데 아무리...